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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는 맨트없이 40분에 음악나오면 바로 시작한다."
회장형은 평소보다 한층 흥분된 어조로 대기실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소리쳤다.
무대쪽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시간이 일분 일초 지날때 마다
심장 소리가 점점 빨리 지는 듯 했고, 애써 태연한척 해보지만 긴장감에 걱정된 맘에
상기된 얼굴을 감출수 없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공연날 아침 날씨는 의외로 맑았으나, 점심때쯤 되서 날이 조금씩 흐릿해 지더니, 예정대로
빗방울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문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동호회실에서 공연전
마지막으로 안무와 자리를 맞춰보았다. 공연 당일날인데도 아직 어긋나는 호흡에 이 상태로
공연을 해도 되는 건지 자꾸 불안함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날은 왔고 이제와 공연을
물릴 수도 없는 일이다. 계획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우리는 공연장소로 이동 했다.

공연할 무대를 처음 봤을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진에서 보던 이미지와 다르게 협소하였고,
관객석도 바로앞에 딱 붙어 있어, '이거 좀 힘들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무대를
넓게 써야 우리 안무같은 경우에 특히 걱정이 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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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이 되고, 몇번이고 들어봤던 익숙한 음악이 나왔다. 무대를 힘차게 달려나가 자리를 잡고
음악에 맞춰 안무를 시작했다.공연장을 꽉찬 사람들로  뒤에서 구경하기 조차 어려워 보였다.
차례차례 몸에 익은 동작이 지나갔다. 조명 때문인지 힘이 들어서 인지 앞이 깜깜한 느낌이었고,
이따금 '와~' 하는 함성에 앞좌석을 겨우 볼 수 있을 정도 였다. 연습때 보다 실수가 많았다.
자꾸 좁은 무대를 의식하고, 자리를 신경쓰고, 안무를 따라 가려다 보니 머리가 복잡했다.
옆사람과 충돌이 잣았고, 호흡이 맞지않아 안무의 느낌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공연은 생각보다 일찍 끝이났고, 저번에 비해 죽을만큼 숨이 차거나 하지 않았다.
공연이 끝났다는 생각에 개운하면서도 멋있는 공연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조금 화가 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무대를 나오는 길에 수고했다며 격려해주는 동료들에게도 웃으며, '뭐 이정도 가지고' 라고
대답해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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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연습량과 열악한 무대 환경 탓으로 좀 더 많은 것 을 보여 주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 이었지만, 그동안 연습하고 노력했던 것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공연의 느낌, 공연장 특유의 흥분과 긴장감은 역시 다른곳에서는 느낄수 없는 공연만의 즐거움 인것 같다.
또 수원쪽의 우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무대를 보는 것도 신선하고 재밋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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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날씨는 철쭉이 만발한 봄의 분위기에는 맞지 않게 조금 쌀쌀 했다.

체크 남방에 회색 후드티를 걸쳐입고, 출근준비를 할때 부터 몰려오던 긴장과 떨림을 숨고르기로 자재하며 기숙사를 나섰다.


부서에 도착했지만 공연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차 쉽사리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3시.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부서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동호회실로 향했다.


동호회실은 이미 많은사람들이 도착해 있었고 그들 에게서도 나와 같은 흥분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전 마지막으로 안무 및 자리를 맞춰보았다.

긴장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신경이 조금씩 날카로와 져 있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습 최종 촬영을 시작하려는 순간 예정보다 일찍 공연장에서 우리를 부르는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대운동장은 이미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인파중에 혹시나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 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조마조마 하며 인파를 가로질러 무대로 향했다.

무대뒤는 어제 리허설때의 여유로움과 대조적으로 상당히 분주했고 우리는 무대에 도착하자마자 공연을 시작해야했다.

예상치 못하게 급하게 시작을 하게 되면서 도착이 늦은 사람이 있거나, 소품준비를 서둘러 하거나 하긴 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공연을 시작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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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새 내가 맡은 3곡의 안무가 끝나고 무대 밖으로 뛰어 나갔다.

쉬지않고 3곡을 연달아 하다보니 숨이 턱끝까지 차 오르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들었다.

그러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대형 스피커 뒤에 숨어 남은 안무를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눈을 돌렸다.

공연은 정말 순식간에 끝이 난것 같았다. 내가 어떤 안무를 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하고있는 동작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무대의 분위기, 떨림이 강렬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스피커에서 터져나오는 비트 소리에 느껴지는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는 느낌이 공연이 끝난후에도 한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처음으로 이런 많은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 서 봤는데, 물론 많이 떨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상당히 즐겁고 재미있었다.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준비를 하고 연습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아닐까...


마지막으로 무사히 공연을 마친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하고 뒷풀이를 하러 후문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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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루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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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예약도 안되어있는 상태에서 우선 이틀동안 쉴곳을 찾아야 했다.

여기저기 방을 알아보다가 찜질방 같은데 없을까 하고 찾아보니

오다이바에 있는 온천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오다이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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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은 기대를 안하고 가서 인지 생각보다 멋진 곳이었다.

입구에 계산하는 사람이 (잘생긴)한국 알바 생이었다.

(어설픈 일본어로 '잘수 있나요'라고 하는데 '한국말 하셔도 되요'에 뻘쭘. .;)

입구에서 나눠 주는 유카타를 갈아 입고,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안에서 일본 전통 축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광경에 잠시 경직. '우와~' 감탄이 나왔다.)

저녁을 해결하고 온천에서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쉴 수 있었다.

(아침이 되자 칼같이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좀 깻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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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획도, 돈도, 할일도 없는 우린 맥도날드에서 죽치고 앉아 시간 때우기를 했다.

(눈치 보이니까 2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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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앉아 있었다.

앉아 있으면서 일본 사람들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일본 문화를 생각하면 그렇게 눈치 볼 필요 없었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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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항에서 또 하루를 새고 아침일찍 비행기를 탓다.

(공항에서 잠을 자게 되다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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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계획하게 갔던 탓일까?

일정 변경도 많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일주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아~ 또 가고싶다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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